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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로그

서양미술사① 선사시대 미술, 인류 최초의 기록과 상징

by 일월의이응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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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미술: 인간 표현의 시작

우리가 ‘미술’이라고 부르는 행위는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기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선사시대의 미술은 단순한 장식이나 오락의 수단을 넘어서,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선사시대 미술의 배경과 대표적인 양식, 그리고 그 시대가 지닌 시각 예술의 의미를 정리합니다.

1. 시대적 배경

‘선사시대(Prehistoric Age)’란 문자 기록이 존재하지 않던 시기를 뜻합니다. 보통 약 250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기원전 3,000년경 청동기 시대 이전까지를 포함합니다. 선사시대는 크게 구석기시대, 중석기 시대, 신석기시대로 구분되며, 각각의 시기마다 인간의 생활 방식과 예술 양상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구석기시대 : 사냥과 채집 중심의 유목 생활, 동굴 거주, 도구의 사용

✓신석기시대 : 농경과 정착생활의 시작, 집단 거주, 토기와 직물의 발달

선사시대 미술은 이러한 생활 방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종교적 신앙과 자연에 대한 경외, 생존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습니다.

2. 선사시대 미술의 특징

선사시대 미술은 단순한 장식이나 오락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신앙, 공동체적 삶이 결합된 최초의 시각 언어입니다. 이 시기 미술은 문자가 없던 인류가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생존과 관련된 의미를 기록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선사시대의 미술은 크게 회화(동굴벽화), 조각(소형 조각상), 도자 및 장식미술, 원형 건축 및 기념 구조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형식은 당시의 생활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주술적·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 동굴벽화(Cave Paintings)

가장 널리 알려진 선사시대 미술의 형태는 바로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입니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과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은 그 대표적인 예로, 1만~2만 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제와 소재

대부분의 벽화는 들소, 사슴, 말, 멧돼지, 곰, 매머드와 같은 동물이 주된 주제입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사냥을 주요 생계 수단으로 삼았고, 사냥 대상인 동물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줍니다.

표현 기법과 도구

벽화는 손가락, 짧은 붓, 파이프 형태의 뼈 등을 이용해 그렸으며, 안료로는 석탄(검정), 황토(갈색·붉은색), 망간(보라색) 등을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종이도 없었기 때문에 동굴 벽이 유일한 ‘캔버스’였습니다. 그림은 입체적 굴곡을 활용하여 움직임과 입체감을 표현했고, 윤곽선 강조, 겹그림, 점묘 표현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기능과 해석

동굴벽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주술적, 종교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동물의 생명력을 벽에 옮겨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거나, 특정 의식을 위한 공간 장식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처럼 이미지의 마법적 힘에 대한 믿음은 원시 예술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2) 조각상: 비너스 조각(Venus Figurines)

구석기 후기에는 다산과 생명의 지속을 상징하는 여성 조각상이 다수 등장합니다. 이른바 ‘비너스 조각’이라 불리는 이 소형 조각상은 유럽 전역에서 발견됩니다.

대표작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 약 기원전 28,000년경,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발견된 이 조각상은 11cm 크기로, 풍만한 가슴, 배, 엉덩이가 강조된 형태입니다. 얼굴, 손, 발은 생략되었고, 머리에는 소용돌이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문화적 의미

이 조각은 여성이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로서 공동체 내에서 신성시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인류 최초의 종교가 생식력 숭배였다는 가설과도 연결되며, 신석기 이전의 원초적 신앙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재료와 이동성

조각상은 돌, 상아, 뼈 등으로 제작되었으며, 작은 크기 때문에 이동 생활을 하던 당시에도 개인적인 신앙의 대상으로 쉽게 휴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 신석기 미술: 실용성과 장식성의 조화

신석기시대에 접어들며 정착 생활, 농경의 시작, 사회적 조직의 형성이 이루어짐에 따라 미술의 형태도 달라집니다.

토기 제작

이 시기에는 실용적인 목적의 도기(토기)가 발전하며, 단순한 용기를 넘어서 문양을 새기거나 색을 입히는 장식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빗살무늬 토기나 붉은 무늬 토기는 초기 시각 디자인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조형물과 장신구

옥 장식, 뼈 조각, 조개를 이용한 목걸이 등이 등장하고, 이는 개인적 정체성 표현 또는 사회적 위계 표시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기념 건축

후기 신석기에는 거석(메갈리드) 문화를 통해 돌로 만든 기념 구조물이 나타납니다. 영국의 스톤헨지(Stonehenge)는 천문학적 기능, 종교의식, 공동체 상징 등 복합적 의미를 가진 구조물로 평가받습니다.

4) 상징성과 집단의식

선사시대 미술의 핵심은 개인 표현이 아닌 집단의식의 공유에 있습니다. 많은 유적지에서 벽화나 조각상은 공동체 구성원 간 신앙과 의식을 공유하는 상징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미술이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니라 의례, 주술, 통합의 기능을 수행했음을 의미합니다.

3. 대표 작품과 유적

구분 작품명 / 유적 위치 시기 특징
동굴벽화 라스코 동굴 프랑스 기원전 17,000년경 역동적인 동물 묘사
동굴벽화 알타미라 동굴 스페인 기원전 15,000년경 색감과 입체감 강조
조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오스트리아 기원전 28,000년경 다산 상징, 석회석
조각 레펠 블랑의 비너스 프랑스 기원전 23,000년경 기하학적 조형성
토기 붉은 무늬 토기 동아시아 일부 지역 기원전 5,000년경 장식적 요소 강조

4. 신석기시대의 변화

신석기에 들어서면서 미술의 성격은 보다 실용적이고 장식적인 방향으로 확장됩니다.

토기 제작: 간단한 점토 토기를 넘어서 문양이 있는 토기 등장

정착 생활과 건축: 원형이나 직사각형의 주거지, 초가 형태의 구조물 형성

장식 미술: 옥 장신구, 문양 토기, 돌을 깎아 만든 도장 등

이 시기의 미술은 단순히 생존과 주술을 위한 도구가 아닌, 공동체 내에서의 역할이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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